국가보안법(국보법)은 국가안보라는 현실적 가치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기본권이라는 첨예한 가치 사이에서 대한민국을 갈라놓은 핵심 논쟁의 대상입니다. 냉전 종식과 남북 관계 변화 속에서, ‘폐지/개정’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 대만 등 과거 유사한 체제 수호법을 개혁한 해외 주요국들의 선례는 국보법 논의에 새로운 기준과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 글은 국보법의 핵심 쟁점과 해외 사례를 심층 비교하여 한국적 안보 법제의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국가보안법의 목적과 민주적 기본권 침해 논란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여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1948년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제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 법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제7조의 모호성과 ‘냉각 효과(Chilling Effect)’
가장 핵심적인 논란은 제7조(찬양·고무 등)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이라는 처벌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기준의 불명확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영역인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자기 검열을 유발하는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낳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이를 정적 탄압 및 민주화 운동 억압 수단으로 악용한 역사적 사실은 법 폐지론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냉전 종식 후, 유사 법률을 재정비한 해외 주요국 사례
민주주의가 성숙한 해외 국가들은 일반 형법만으로 국가 안전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구시대적인 체제 수호법을 대폭 개혁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안보 수호의 책임을 일반 형사 사법 시스템으로 이관하는 ‘법률의 정상화(Normalization)’를 의미합니다.
해외 주요국의 안보 법제 개편 기조
- 독일의 통합 원칙: 통일 후 구 동독의 보안 관련 법률을 전면 폐지하고, 안보 위협 대응을 형법 내 ‘국가에 대한 죄’ 조항으로 흡수하여 일반 형법 체계로 완전히 통합했습니다.
- 대만의 민주화 개혁: 1987년 계엄령 해제 이후, 과거의 반란죄 규정들을 정리하고 내란죄, 외환죄 등 명확한 형법 기준으로 안보 사안을 처리하도록 법제를 전환했습니다.
- 영미권의 세분화 및 자유 중시: 캐나다와 미국은 포괄적 법률 대신 ‘간첩법’, ‘테러방지법’ 등 행위와 목적에 따른 법률을 세분화하여 적용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합니다.
‘체제 안정성’과 ‘민주적 기본권’, 찬반론의 핵심 논리 비교
국보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체제 안정성 보장’과 ‘민주적 기본권 수호’라는 두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대립하며, 이는 법의 존재 의의 자체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폐지/개정론의 핵심 논리】
- 헌법적 가치 우선: 제7조(찬양·고무 등)는 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여 헌법적 정당성이 약하며 ‘위축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 형법 보충성 원칙 위반: 간첩, 국가 기밀 누설 등 실질적인 위협 행위는 이미 형법의 내란죄, 외환죄 및 군사기밀보호법 등 일반 법률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합니다.
【유지/존속론의 핵심 논리】
- 특수한 안보 상황: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서, 일반 형법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비대칭적 위협에 대응할 최소한의 법적 방패막이가 필요합니다.
- 사법부의 제한적 해석: 대법원 판례를 통해 국보법 적용 범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오남용 가능성이 과거보다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국제적 기준에서 본 한국의 과제
독일의 동독 관련 법제 정리 및 대만의 계엄 해제 후 법제 개정 사례는 특수 안보 상황을 겪었던 국가들도 시대 변화에 맞춰 구시대적 안보 법제를 개정했음을 보여줍니다. 폐지론 측은 한국 역시 이제 보편적 인권 가치를 우선해야 할 단계이며, 국보법의 존재가 국제적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민주적 가치와 현실적 안보 사이의 합리적 균형점 모색
국가보안법 논의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자유, 인권) 대 국가 안보의 균형점을 찾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해외 사례가 시사하듯, 다수 민주국가들은 유사 법률을 폐지하고 일반 형법으로 흡수하며 인권 침해 소지를 제거했습니다. 한국의 분단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해묵은 이분법을 넘어, 실질적 안보 위협 행위에만 집중하고 인권 침해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제한적 개정’을 통해 합리적인 사회적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정말 ‘안보 공백’이 발생하여 국가 방위에 문제가 생기나요?
유지론자들은 북한 특수성 때문에 안보 공백을 우려하지만, 폐지론자들은 국내 형법 체계 내에서 충분한 대체 입법이 가능함을 강조합니다.
주요 대체 법률: 형법상 내란죄, 외환죄, 간첩죄를 비롯하여 군사기밀보호법 등으로 상당 부분의 국가 안보 행위를 포괄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몇몇 모호한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한 바, 실질적인 안보 공백은 ‘대체 입법의 완성도’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해외 사례에서는 유사 법률 폐지 후 공백 대신 인권 친화적인 법률로 안보를 강화한 선례가 많습니다. 이는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주요 쟁점이며, 국제 인권 기구들은 모호성 해소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Q2: 해외 사례 중 국보법과 가장 유사했던 법률은 무엇이며, 그 법률들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해외 사례 비교는 국보법 논의의 핵심적인 참고 자료입니다. 과거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했던 법률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 보장 방향으로 개혁된 사례가 많습니다.
주요 해외 변화 사례
- 독일 (구 동독): 통일 과정에서 체제 수호 법률은 폐지되고, 간첩 행위 등은 일반 형법으로 흡수되었습니다.
- 대만 (계엄령 해제): ‘폭력 장악 국가 범죄 처벌 조례’가 폐지되고, 새로운 국가안전법이 인권 보장 방향으로 개정되어 적용 범위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 선진국 (영국/캐나다): 과거 광범위했던 ‘선동죄’ 등은 폐지되거나 특정 테러 방지법으로 분리되어 엄격히 제한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안보 법제의 개혁이 인권적 가치 실현과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Q3: 국보법 폐지 또는 개정은 국내외적으로 어떤 배경에서, 주로 누가 주장하고 있나요?
국보법 폐지 및 개정 요구는 국내 시민사회와 정당을 넘어 국제사회까지 폭넓게 이어지고 있으며, 그 근거는 주로 헌법적 가치와 국제 인권 기준 준수입니다.
국내외 주요 요구 주체와 근거
유엔 인권이사회 권고: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찬양·고무’ 등 모호한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지속적으로 폐지 또는 대폭 개정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진보 정당,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주요 인권 단체들이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사법부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